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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학살' 오해하기

민경환

◆ 갈등과 예술의 공통점: 오해와 재이해

 

나의 의도를 순수하게 드러내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들과 가장 가까운 가족, 친구 등 여러 사람과 오해 그리고 해명 속에서 서로 다투었던 것들을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사람과도 오해가 일어나는데,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것은 더욱더 어렵지 않을까? 특히, 고인의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이제는 대답할 수 없는 사람과 그림을 매개로 대화하는 것이기에 훨씬 어렵다. 예술작품 앞에서 우리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더라도, 작품은 자신의 모습을 여여(如如)하게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우리는 오해와 해명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안다고 생각했던 상대를 새롭게 잘 이해하듯, 작품감상에서의 오해와 재이해 과정은 예술 경험에서 상승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1951, 합판에 유화, 210x110cm, 파리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

ⓒ2021-Succession Pablo Picasso-SACK(Korea)

 

◆ ‘한국에서의 학살’을 오해하기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하는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은 감상자들이 매 작품을 통해 피카소와 대화를 하는 장을 마련했다. 피카소의 작품세계에 대한 풍부한 자료, 주요 작품에 대한 세심한 분석은 피카소를 잘 모르더라도 그의 예술작품에 차근차근 접근할 수 있도록 감상자를 배려하였다. 이 특별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한국에서의 학살’은 1950년 6월 25일의 한국전쟁과 관련되어 있으나 반입 금지 예술품이었기에, 한국인에게 더욱 각별하다.

 ‘한국에서의 학살’은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두 진영의 첨예한 대립에서 평화를 추구했던 한 예술가의 손에서 그려졌다. 피카소의 공산당 입당은 이 작품에 대한 감상에서 하나의 색안경으로 작용했고, 이 작품은 사회주의 진영의 정치적 선전도구가 되었다. 당연하게도 자유주의 진영은 피카소의 작품을 오해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작품이해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예를 들어, 이 작품에서 우측에 위치한 여섯 명의 군인은 좌측의 여자와 어린아이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데, “군인들의 몸통은 심장이 없는 로봇처럼 사이보그의 모습이며 반쯤 열린 낯선 헬멧과 투구를 쓰고 총을 겨누고 있다”고 분석되었다. 이 장면에 대하여,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군인들과 민간인, 가해자와 피해자와 같은 입장 중 하나만을 취하여 작품을 감상한다면, 군인들은 감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군인들에게 보이는 도상으로는 “한국 전쟁을 특징지을만한 요소가 없다”고 알려져있다. 그렇기에 군인들은 사회주의 진영에는 자유주의 진영의 학살자로, 남한의 입장에서는 북한군으로,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관점에서는 가해자로 보인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미국과 남한뿐 아니라 프랑스 공산당에게도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제2차 십자군 전쟁 중 사라센 군대와 충돌하는 프랑스 왕 루이 7세와 예루살렘 왕 보두앵 3세의 연합군', 1337

프랑스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원고의 미니어처


◆ ‘한국에서의 학살’ 다시 이해하기: 중세부터 시작된 이데올로기 전쟁의 역사

 

군인들의 소속이 특정되지 않기에 작품에서는 피해자가 부각되며, 이를 통해 전쟁의 잔혹성만이 강조된다.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좌와 우, 피해자와 가해자, 여자, 아이와 남성의 대립한 묘사는 전쟁의 잔혹성을 부각하여 반전과 평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군인들의 중세시대 투구라는 도상을 통해 과거 전쟁으로부터 한국 전쟁에까지 이르는 전쟁의 역사와 그 근원에 대한 평화주의자 예술가의 관점을 알 수 있다.

 

동양의 작은 나라인 한국에서 발발한 전쟁에서 총과 칼을 들고 있는 군인들의 중세 투구는 이러한 전쟁의 근원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드러난다. 종교 혹은 이데올로기를 통해 전쟁이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로 중세유럽의 종교전쟁이 있다. 다른 종교라는 이유로 혹은 같은 종교라도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어난 이 전쟁의 역사는 이데올로기를 이유로 벌어진 전쟁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종교전쟁에서도 수많은 여자와 아이들이 희생되었고, 전쟁에서 학살의 주체는 남자들이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에서의 학살’에서 군인들의 투구는 전쟁의 원인으로서의 이데올로기를 암시하고 있으며, 전쟁의 과오가 과거로부터 현재, 서양에서부터 동양에 이르고 있음을 드러낸다.

 

◆ 과거로부터 미래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평화주의자 피카소는 과거 전쟁의 역사로부터 시작하여 당대에 벌어진 전쟁까지 통찰함으로써 전쟁의 비극과 참상을 고발하는 동시에 그 역사와 원인 모두를 고찰하였다고 평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학살’은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과 ‘게르니카’처럼 그림체로서 유명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와 국가 간 경제전쟁 그리고 아직 휴전 중인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민경환 mkh08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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